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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을 파는 정육점, 2075년에서 온 시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에서 단체 주문하는 우산, 베트남 제사상에 오르는 과자, 애플이 군침을 흘리는 전기자동차 업체……
업종도 분야도 다르지만, 이 모든 브랜드를 아우르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하이엔드(High-end)’다.
하이엔드는 저가 경쟁의 피바다에서 몸부림치는 로엔드(Low-end)에서 벗어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뜻하는 동적인 개념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오직 자신만이 지닌 무기로 승부를 걸고, 스스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부여한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은 소비자의 의견에 대한 무시나 외면이 아니다. 자신의 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이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브랜드는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 어떻게든 자신의 길을 지켜나가는 사람을 ‘프로’라고 부른다. 그러나 자신의 것을 지키지 못하면 ‘포로’가 된다.
사실 BMW의 5시리즈는 출시될 때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뒷자리가 다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좁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동차를 편안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불편함은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BMW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첨단 항공 기술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그들에게 항공역학과 같이 꼼꼼하게 계산된 비율을 망가뜨리는 것은 BMW임을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그들은 긴 역사 동안 지켜온 일관성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일관성이란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꼭 지켜야 할 금과옥조다. BMW는 이 일관성을 긴 역사 동안 지속적으로 지켜왔다. 그들의 슬로건은 1962년 이래 ‘완벽한 드라이빙의 기쁨(sheer driving pleasure)’, 오로지 이 하나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항공 기술 개척자들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오늘날도 잊지 않고 있다.
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 / 오우아 출판 / 이동철 (지은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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