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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공덕(立春功德)
봄이 옵니다. 동장군의 그림자가 옅어지는가 싶더니 벌써 내일이 입춘입니다. 대문이나 현관 앞에 입춘첩을 붙이는 행사가 요란합니다. 어제 서울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 전통한옥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글귀가 나붙었습니다. 무료로 입춘첩을 써주는 기부행사도 곳곳에서 열립니다. 봄을 맞아 이웃의 행운과 경사를 기원하는 세시풍속입니다.
희망의 새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막연히 행운을 빌지 않았습니다. 대문 앞에 큼지막하게 글자만 써 붙인 염치없는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옛날 입춘에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횡액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 밤에 각자 선행의 공덕을 쌓았습니다. 개울로 가서 징검다리를 놓거나 동네 골목을 빗자루로 쓸었습니다.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을 두고 오기도 했답니다. 이런 선행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밤에 주로 이뤄졌습니다. 나중에 죽어서 염라대왕만이 그것을 알고 복을 내린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속이 아닌가요?
입춘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봅니다. 입춘은 ‘入春’이 아니라 ‘立春’입니다. 지극정성으로 ‘봄을 세운다’는 뜻입니다. 봄은 해가 바뀌었다고 그냥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작년에 왔던 봄이 출입문을 드나들듯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올해의 봄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봄입니다.
새봄은 새로운 각오로 맞아야 합니다. 봄을 세우는 자세와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조상들이 대문 앞에 입춘첩을 붙이고 남몰래 공덕을 쌓은 까닭입니다. 평생 구두쇠로 살아온 부자가 있었습니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말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봄날에 가까운 친구가 문병을 왔어요. 그는 창밖을 보며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진달래꽃이 저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네.” 어느 부자의 넋두리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꽁꽁 언 땅에는 봄의 새싹이 돋지 않습니다. 벌과 나비가 찾아올 리 없습니다. 닫힌 가슴으로는 봄을 느낄 수 없습니다. 마음의 문설주에 입춘첩을 붙이고 문을 열어야 합니다. 곧 봄을 세우는 입춘입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출처 : 세계일보
희망의 새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막연히 행운을 빌지 않았습니다. 대문 앞에 큼지막하게 글자만 써 붙인 염치없는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옛날 입춘에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횡액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 밤에 각자 선행의 공덕을 쌓았습니다. 개울로 가서 징검다리를 놓거나 동네 골목을 빗자루로 쓸었습니다.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을 두고 오기도 했답니다. 이런 선행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밤에 주로 이뤄졌습니다. 나중에 죽어서 염라대왕만이 그것을 알고 복을 내린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속이 아닌가요?
입춘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봅니다. 입춘은 ‘入春’이 아니라 ‘立春’입니다. 지극정성으로 ‘봄을 세운다’는 뜻입니다. 봄은 해가 바뀌었다고 그냥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작년에 왔던 봄이 출입문을 드나들듯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올해의 봄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봄입니다.
새봄은 새로운 각오로 맞아야 합니다. 봄을 세우는 자세와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조상들이 대문 앞에 입춘첩을 붙이고 남몰래 공덕을 쌓은 까닭입니다. 평생 구두쇠로 살아온 부자가 있었습니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말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봄날에 가까운 친구가 문병을 왔어요. 그는 창밖을 보며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진달래꽃이 저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네.” 어느 부자의 넋두리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꽁꽁 언 땅에는 봄의 새싹이 돋지 않습니다. 벌과 나비가 찾아올 리 없습니다. 닫힌 가슴으로는 봄을 느낄 수 없습니다. 마음의 문설주에 입춘첩을 붙이고 문을 열어야 합니다. 곧 봄을 세우는 입춘입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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