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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풍쟁이가 역사를 바꾸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1.23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879
내용
 두강원
 
하는 말마다 '백만'을 운운하며 과장이 심해서 '백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허풍쟁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입담을 통해 많은 탐험가가 탄생했고 결국 세계사가 바뀌었을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지요? 그는 누구일까요? 

1275년 중국 원나라의 세조이자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이 베이징 부근, 상두라는 도시의 여름궁전에 머물고 있을 때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상인 가족이 그를 알현하러 온 겁니다. 니콜로 폴로와 마페오 폴로 형제, 그리고 이들 손에 이끌려온 니콜로의 아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마르코 폴로입니다. 

마르코폴로 일행은 1271년 몽골제국으로 장거리 여정을 시작해 중국에서 24년이란 시간을 보낸 후 다시 고향인 베네치아로 돌아왔는데요. 무려 24,000km에 이르는 이들의 여정은 『동방견문록』이라는 책에 실려 있지요. 

그런데 『동방견문록』의 집필 과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13세기는 지중해 무역을 둘러싸고 베네치아, 제노바, 피사 등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 치열하게 다투던 시기였습니다 마르코 폴로는 베네치아로 귀환한 후 제노바 함대와 전투를 벌이다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되지요. 

그는 제노바에서 1년 가까이 옥살이를 했는데, 지루함을 때우기 위해 동료 죄수들에게 자신의 아시아 여행담을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의 말은 곧 사람들을 사로잡았죠. 낯선 문화와 풍습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였던 탓도 있지만, 그가 워낙 허풍과 과장에 능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테면, 중국에는 수백만 명의 인구가 세금을 내는 도시가 수백만 개나 있다는 식이었죠. 그래서 마르코 폴로에게 ‘백만이’라는 별명도 붙게 된 겁니다. 

이때 함께 수감 중이던 피사 출신의 죄수 루스티켈로는 그의 모험담을 받아 적어 출간하면 큰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했고, 프랑스어로 『동방견문록』을 출간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이야기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수많은 각색이 이루어졌습니다. 책 제목도 [세계 이야기], [경이의 책], [대칸의 로망스], [백만이]까지 다양했지요.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는 범 유럽적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사실 오늘날 『동방견문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립니다. 논의의 시발점은 애당초 이 책이 중국에 대해 엄밀한 기록으로 기획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상당한 지위의 관리로 임명되었다거나 자신이 제작한 투석기로 몽골군이 중국 남부 샹양을 함락시켰다고 하는 등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들이 많지요. 때문에 어떤 역사가는 마르코 폴로가 실제로 중국에 가지 않고 전해들은 이야기를 짜깁기했을 뿐이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역참제도나, 중국의 지폐, 석탄사용 등 실제로 가보지 않고서는 상상하여 맞추기 어려운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는 반론 또한 설득력 있지요. 아마 그의 별명답게 과장과 허풍을 즐겼던 그의 성격이 이 이야기에도 반영된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동방견문록』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가라는 문제와 별도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에게 호기심과 모험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입니다. 중국이라는 땅, 유럽 국가들과는 비교되지 않는 인구와 자원, 기술을 보유한 미지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알렸고, 이곳으로 통하는 길을 찾아 교역으로 연결하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꿈을 꾸게 했지요. 

1480년대에 발간된 라틴어판 『동방견문록』의 여백에 독자가 남겨놓은 메모가 빼곡한 책이 있습니다.  책을 꼼꼼히 읽고 많은 생각을 했음을 알 수 있죠. 이 메모를 남긴 독자는 바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였습니다. 훗날 탐험을 통해 지구 전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세계사적 변화를 남긴 콜럼버스도 2세기 전에 허풍쟁이의 여행기를 읽으며 꿈을 키웠던 것입니다. 

마르코 폴로는 비록 스스로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세계사를 바꿨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호기심과 상상력이 가득한 자, 그리고 꿈을 꾸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자에 의해 열린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출처 : ktx-sericeo.org, 송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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